[경기메디뉴스 2025. 6. 20.] 주요국, 환자 피해보상 강화‧형사절차 축소… 우리도 시스템 구축 공감대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주요국에서 환자 피해 보상 체계를 강화하여 형사절차를 축소 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사회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이 19일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의료책임제한법 필요성과 문제점'을 주제로 제22차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료행위의 형사소송 최소화와 민사책임 범위 축소를 위한 대안'을 주제로 발제한 김성근 교수(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의협 대변인)는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의사 형사처벌 사례와 형벌화 경향을 얘기하면서 "대부분 국가에서 배상책임보험, 국가보상, 조정제도 등 피해자 보상 체계를 강화하여 형사절차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형사소송을 남용하지 않고도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라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해외 사례에서 형사처벌을 피하고 민사로 해결하거나 국가 보상이나 배상제도로 가고 있는 것들은 시사하는 점들이 있다"라며 "결국은 어려운 수술을 해야 되고 환자를 살려야 되는 급박한 순간에 있었던 의료진들을 보호하겠다는 거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예뻐서가 아니다. 특권을 주겠다는 것도 아니다. 의사가 움직이게 만들어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기 때문"이라며 "근데 우리는 의료 행위를 마치 상해 행위로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 우리나라 의사 형사 피소 데이터 부족… 의료정책연구원 올해 안 결과물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형사소송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라며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가 의사들에 대한 소송이 많고 배상액도 크구나! 경감해줘야 되겠다는 논의를 끌어내야 된다. 근데 놀랍게도 이런 데이터가 별로 없다. 의협 보고서가 많이 있는데 업데이트가 안 돼 있거나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어려운 데이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김성근 교수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에서 변호사들과 법과대학 교수들에게 부탁했다. 연구 과제로 채택해서 빠르면 올해 안에 그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라며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할 수 있게 저희가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동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상임조정위원(이동진 법률사무소 변호사)은 "환자 측에서 요구하는 입증책임 전환 내지 완화,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양쪽 다 만족시키기 어렵다"라며 "차선책으로 의료중재원의 감정을 거칠 경우 감정서를 작성하고 조정한다. 환자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고, 의료인도 조정 절차에 참여시 형사사건 진행이 보류되므로 참여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변호사(법무법인 담헌, 의협 법률자문단)는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단순히 의료인을 옹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환자에게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며 "진료 결과가 항상 완벽할 수 없음을 전제로 선의의 진료 행위에 대한 형사적 위협을 줄이고, 중대한 과실에만 형사책임을 국한함으로써 의료 현장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 민사조정법 진술 원용 금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때 사과 원용 금지 조항 삽입을
플로어 발언에서 민홍기 변호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자문위원)는 "의사들이 의료 사고가 났을 때, 안 좋은 결과가 났을 때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게 되면 훗날 민형사상 불리하게 작동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못한다고 한다"라며 "그런데 민사조정법 제23조에 조정 절차에서 의견 진술을 가지고 나중에 소송 절차에서 원용(援用)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걸 보면 의료사고에 미안하다고 한 사실은 소송에서는 원용해서는 안 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사과하면 민형사상 큰 책임을 지는 것처럼 오해하는데 실제 그렇지는 않다"라며 "문제가 된다면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할 때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형사소송에서도 사과했다고 과실을 인정 시인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으면 될 것 같다"라고 제안했다.
김성근 교수는 "의사들의 경험칙이라고 봐야 될 것 같다.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사과한 게 나쁜 결과로 나왔다는 사레가 쌓이면서 돌아다니는 잘못된 믿음일 수도 있다. 의료계 안에는 그런 믿음이 팽배해 있다"라며 "의사들이 환자를 찾아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병원에서 막는다. 잘못됐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걸 경험한 의사들이 결국 (경험칙으로 공유하면서) 일종의 바이럴이 된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오해가 없어지면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가서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하고 마음을 풀어드리고 그게 소송으로 가는 게 줄어드는 선순환이 되면 정말 좋겠다"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