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대법관 증원법은 위헌: 다수결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없는 핵심적인 헌법적 기본가치 훼손하고, 절차적 정당성 인정하기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6월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매년 4명씩 4년간 30명까지 두 배 이상 늘리는 내용이다.
대법관 증원법안은 헌법상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의심스러우며 절차적 정당성마저 위반하여 위헌으로 보인다.
첫째, 모든 국가 기관은 헌법을 수호하고 존중하며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의무를 부담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시대와 사회를 초월해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는 존재하지 않고 모든 가치는 상대적 타당성만 가지므로 국가는 특정한 가치에 매임이 없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가치를 실현하여야 한다'는 20세기 초반의 극단적인 상대적 민주주의가 아니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상대적 민주주의를 극복한 가치 구속적 민주주의이다. 우리 헌법도 '헌법에는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인 다수결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없는 핵심적 기본 가치가 있고 국가와 국민은 그러한 핵심적인 가치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사고에 바탕을 둔다. 따라서 헌법의 근본 가치에 어긋나는 법률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더라도 유효한 규범으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 헌법은 국회, 행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등 독립된 여러 기관에 국가 작용을 나누어 맡겨 국가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게 하는 동시에, 각 기관이 헌법상 주어진 범위와 한계 안에서 각자의 권한을 행사하여 특정 기관에 국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대법관 증원법안은 국회 다수당과 다수당 소속 대통령의 의사에 따른 사법부 구성을 가능하게 하여 헌법상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 이 경우 입법부,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다수당의 영향력 하에 놓인다.
둘째, 일반 판사의 경우에는 임명 과정에 정치적 관여가 없고, 설사 판사가 개별사건에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심급제도를 통해 상급심 재판으로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관이 불공정한 판결을 한다면 심급제도를 통해 불공정성을 해소할 기회가 없다. 대법관의 임명과 대법원 구성을 정치적으로 신중하게 해야 할 이유이다.
셋째, 대법관 증원법안의 처리 과정에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 모든 국민의 생명, 재산,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헌법기관인 대법관을 일거에 3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많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점은 민주적 입법 절차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나아가 법안이 대통령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와 같은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추진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력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입법 목적의 정당성도 의심받게 된다.
헌법에는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인 다수결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없는 핵심적인 기본 가치가 있고 국가와 국민은 그러한 핵심적인 가치에 구속되어야 한다. 아무리 국회 다수석을 가진 여당이라도 헌법의 근본 가치인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입법을 할 수 없다.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상식적이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2025년 6월 7일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 김 현